어떤 오피스 에피소드는 보고 나면 여운이 너무 강해서 한동안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시즌 초반처럼 특수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최근 몇 년동안 캐릭터나 인간 관계를 심도있게 조명하면서 생긴 증상이니 오피스 구성이 변한 것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이런 날이 더 많았는데 7x03 Andy's Play에서 앤디의 노래를 들으며, 배경으로 깔리는 인물 컷을 보면서, 7x09 WUPHF.com에서는 라이언에 대한 마이클의 일방적인 사랑을 곰씹어보며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했었다. 연애하고 사랑하고 그런 것도 물론 삶의 큰 의미이지만, 그런건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참 별 일을 다 겪는다는 생각에.
마이클과 홀리는 천생연분이다. 살면서 이런 소울메이트를 한 번이라도 만나면 큰 복이겠지. 처음 등장했던 그 날부터 둘은 환상의 짝꿍이라고 생각했다. 뭐,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두 사람이 인연이란 걸 보여준 씬은 너무 많았으니까. 오늘은 증명판 종합선물셋트 정도 되려나. 두 사람 관계가 너무 급작스럽게 진전된 점은 이미 지난주에 불평했으니 됐고.
그런데 기분 탓인가, 다 아는 천생연분 이야기를 또 하는데도 참 좋더라. "보고싶었어요" "키스해도 돼요?" 라는 질문에 너무 당연하다는 듯 기다렸다는 듯한 그 대답. 감동이 몰려오는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런 상황에 웃음이 터지는 희한한 경험. 비록 가상의 시트콤이지만 이런 상대가 있는 마이클은, 홀리는 참 행복하겠다.
한편 너무 연애 시트콤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사이 사이에 끼워준 웃음 장치도 좋았다. 처음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드와이트 슈루트라는 별종 캐릭터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보고. 아빠 같은 마이클이 떠난다고 하면 에린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짠하기도 하고. 중국집에서 드와이트의 행동, 마이클과 크리드의 도둑 증명 폴라로이드, 어린 상사 게이브의 설움 2탄으로 자칫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킨 점도 참 오피스 답고. 이런 맛에 몇 년 째 매주 오피스를 기다리나보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주유소 화장실에 마이클을 두고 떠난다"라는 시놉시스 만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에피소드였는데 역시나.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만족한 에피소드.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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