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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REVIEW

6x22 Secretary's Day | 오피스, 불편과 공감의 시트콤

내가 생각하는 오피스의 매력은 불편과 공감, 디테일이다. 오피스는 그저 부담 없이 20분 동안 웃고 넘길 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고나면 찝찝한 쪽이든, 좋은 쪽이든 꼭 여운이 남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쓴웃음 아닐까. (아, 난 마이클 스캇을 좋아하지만 이런 사람이 내 상사라면 회사 못다닌다.) 뭐, 오피스는 몇 번씩 다시 보면서 새로운 면을 찾게 되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이번 에피소드도 일단 첫 느낌은 적어둬야겠다.

3주를 기다린 에피소드는 나쁘지 않았다. 아주 좋았다고 말 못하는 이유는 또 짐과 팸 얘기를 꺼내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 출연 분량은 아주 적당했다.) 일단 시즌 5 후반부터 에린이라는 신기한 캐릭터를 준비시킨 점은 좋다. 애가 놀라울 정도로 엉뚱하긴 하지만 이랬다 저랬다 하는 팸에 비해 (아직까지는) 일관성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이번 에피소드는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린이 너무 많이 나왔다. 그 일관성있는 신기한 캐릭터도 분량이 많아지면 살짝 지겨워진다. 에린은 사무실에서 약간 겉돌 때가 제일 매력인데 너무 많이 알려줬다고 해야하나. 그러니 부디, 앤디와 에린 얘기는 잠시 접어두었으면. 두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매번 두 사람을 통해 과거 짐과 팸의 "추억"을 대놓고 끄집어내려는 시도가 뻔해서, 재미 없으니까. 물론 난 에린이라는 캐릭터를 엄청 편애한다. 머리카락 방에 갇힌 모습이 안쓰러워 오늘도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마음. 삭제씬에서 에린이 발작증세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서 머리카락방 씬에서 애 쓰러지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 ㅠ 

뭐 어쨌든, 나쁜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오피스를 보면서 소리내 웃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거의 조연들 때문이긴 했지만 꽤 많이 웃었다. 일단 비서의 날이라는 소재도 신선했다. 새삼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참 별 일 다 생기는 곳이라는 생각도. 쿠키몬스터 비디오로 끝날 수도 있었던 소재 (사실 이것만 봐도 놀랍다. 작가들이 진작부터 준비해놓은 얘기가 분명!)에 막대벌레 게이브를 연관지어 또다른 공감을 자아낸 점은 정말 기발했고. 아, 또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인가? 게이브처럼 사소한 일에 핏대 세우고 정작 중요한 일은 나몰라라 하는 상사, 정말 있지 않은가? 나이 어린 상사의 설움? ㅎㅎ 간만에 손발 맞아 적당한 수위로 장난질하는 짐과 팸도 괜찮았다. 다시 이런 캐릭터로 돌아간다면 언제나 환영. 무슨 결혼했다고 점잔 빼고 그러셔. 또, 짐과 케빈의 성대모사를 빠뜨리면 안 되겠지. 짐이야 성대모사 잘하는 거 원래 알고 있었다 쳐도, 이렇게 빨리 말하는 케빈 모습은 처음! 그리고 딱 그만큼, 욕심내지 않아 좋은 대럴과 메러디스의 존재감 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이번에도 불편해서 좋았다. 오피스 레전드로 꼽는 1x02 Diversity Day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불편하고 신선한 충격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이 맛에 오피스를 본다. 일단 "헐" 하고 1-2초 정지했다가 미친듯이 웃음이 쏟아지는 그런 맛. 처음부터 끊임없이 팸과 비교하며 에린을 싫어하던 마이클. 스티브 카렐은 이제 표정만으로도 모든 걸 보여주는 불편 연기의 달인 경지에 올랐구나. 레스토랑에서 두 사람의 오글거리는 연기. 그에 못지 않는 케잌 드립. 그리고 막대벌레의 설움. 오피스가 마이클 스캇 혼자 진상 떠는 원맨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점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앤디. 다른 건 몰라도 연애할 때 만큼은 정말 대단히 사실적인, "이런 사람 정말 있는데!" 캐릭터. 분명히 모두 앤디가 밴조 연주할 거라고 기대할 게 뻔한데 설마 그런 씬을 넣을까 했는데. 아! 역시! 과연! 오피스답다. 노래 못 들었어도, 전혀 아쉽지 않다.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