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예전의 포스를 뿜는 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 화려했던 과거에 비해 오피스가 전체적으로 많이 늘어지는건 사실이다. 이제 시즌 2, 3처럼 매 회 사건이 터지고 끊임없이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는다. 시즌 4부터 어떤 상황보다는 캐릭터에 비중이 실리면서 웃음 포인트가 바뀐 탓이다. 지금까지 시즌 6에서 "가장 오피스다웠던" 에피소드는 오랜만에 마이클 스캇을 생각하게 해준 6x12 Scott's Tots였다. 모니터 꺼버리고 싶은 극에 달하는 어색함, 뻘쭘한 상황이야말로 내가 오피스를 사랑하는 이유이니까.
이제 오피스는 시트콤이 아니라 무슨 가족 드라마같다. 물론 모두 가족같으니 이것도 좋다. 시트콤이라고만 부르기엔 이제 너무 멀리 왔을 뿐이다. 마음이 진정되기도 전에 다른 웃긴 상황이 벌어지는 것보다 피식하면서 웃을 수 있는 잔잔한 느낌도 좋으니 나쁘지 않다. 예전의 오피스가 여전히 그립지만.
아무튼 이 가족 드라마의 탈을 쓴 시트콤에서 단순히 핼퍼트 부부가 애를 낳았다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은 시즌을 풀어가기 위해 이번 에피소드에서 다른 '비혈연' 가족에게는 무슨 떡밥을 던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게다가 이제 다들 짐과 팸한테 그만 집중할 때도 되지 않았나? 마이클에게 절대 복종하는 예전의 드와잇이 아니듯, 이제 엔젤라만을 바라보는 드와잇이 아니다. 그리고 이젠 드와잇도 슈루트 가문의 대를 이을 때가 됐단 말이다.
뭐, 짐과 팸 스토리가 나빴다는 얘긴 아니다. 딸인지 아들인지 어떤 식으로 알려줄 것이며 이름은 뭘지 너무 궁금했다. 팸 말실수로 아이가 딸인걸 알고 감동해서 눈시울 붉어지는 씬... 연기 괜찮았다. 존 크래진스키 연기는 참, 점점 물이 오른다는 말 밖엔. 시즌 5 피날레에서 팸이 임신한 걸 알았을 때 그 표정연기도 참 좋았는데. 이제 앞으로 발성만 좀 어떻게 해라. 아기 이름은 뭐 그닥 느낌이 없다. 팸 "스럽다"고 해야하나.
그나저나 이번 에피소드 보면서 3x23 Beach Games에서 짐이 팸한테 데이트 신청하던 씬이 자꾸 생각났는데 확인해보니 같은 연출가였다. 말 나온김에 작가 얘기도 좀 하자면 두 작가 모두 이번 에피소드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듯. 특히 Daniel Chun은 중간에 합류한 작가 치고 오피스 스타일을 거의 다 파악했나보다. 소재 탓인지 구성이 살짝 정신없긴 했지만 Part 1 대사는 말 그대로 클래식.
앤디와 에린을 지켜보는 심정은 짐과 팸을 보던 느낌과 전혀 다르다. 에린?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시트콤에 넣을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답답한 동시에 짠한 캐릭터가 있을 수 있나? 희한하게 미워할수가 없다. 살면서 한 번은 만났을 사람 같아서.
아쉬웠던 점은 마이클이 딸처럼 생각하는 팸과, 아들처럼 생각하는 짐이 아이를 낳은데 대한 반응을 너무 코믹하게만 그려낸 것. 감동적인 씬 하나쯤 넣어줘도 되지 않았나? 이번엔 그저 웃기고 싶었던 걸까? 난 아직도 아들 딸 결혼을 지켜보던 마이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는데. 그리고 개인적으로 40분짜리 시트콤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늘어지는 부분이 꼭 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데 역시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뭐 그래서 베스트 에피소드는 아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8/10 이다.
'EPISODE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6x22 Secretary's Day | 오피스, 불편과 공감의 시트콤 (8) | 2010.04.23 |
---|---|
6x21 Happy Hour | 오피스, 본격 연애 시트콤으로 부활 (18) | 2010.03.27 |
6x20 New Leads | 희망이 자라나는 쓰레기장 (4) | 2010.03.19 |
6x19 St. Patrick's Day | 오피스 부활하라! (5) | 2010.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