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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FFICE ENGLISH

올해도 영어 공부를 결심한 분들께...

(두어 달 전 작성한 글인데 제목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 계속 묵혀두다 드디어 포스팅합니다. 올해도 영어 공부를 결심한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블로그를 하고 오피스 자막을 만들면서 가끔씩 저의 영어 공부법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뭐 제가 거창하게 영어 공부 노하우를 설명할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물어보셨던 분들, 혹은 속으로 궁금하셨을 분들께 긴 답변을 한다고 생각하며 적어봅니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은가에 대해 포괄적으로 쓰겠지만 전에 썼던 오피스로 영어 공부하기라는 글과 겹치는 부분도 많을테니 그것도 읽어보세요.


미국인도 헷갈리는 어려운 영어



일단 어떤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인지가 중요하겠죠. 단기 시험용 영어라면 그냥 학원가서 스터디 하는 게 제일 좋고, 고급 영어 구사가 목표라면 이 글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어로 여가를 즐기는 것이 목표"인 분들을 대상으로 제가 평소 생각하던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1)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영어의 어순을 익힌 뒤,
(2) 어휘는 모든 것의 기초가 되니 일단 적당량을 외워둔 뒤, 
(3) 위의 사항이 얼추 준비 되었다 싶으면 그 때부터는 "나는 영어 공부를 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말고 "나는 취미 생활을 영어로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실력을 향상 시키는게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그 취미 생활이 뭔지는 각자 알아서 정하시고요.


(1) 어순 익히기

어순: 어떤 긴 문장이라도 앞에서부터 주욱 읽어나가서 마침표까지 닿았을 때 해석을 끝낼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무조건 읽으면서 바로 해석하는 겁니다. "직독직해"가 이걸 말하는 거죠. 예문으로 설명해볼게요.

I bought Michael The Office season 7 DVD last friday.

영어 문장을 보고는 눈으로 한 번 훑은 뒤 "동사가 여기 있군, 목적어가 여기 있군?" 하면서 위치를 파악한 뒤 "나는.... 음... 지난 금요일... 흠... 오피스 시즌 7 DVD를 ... 음... 마이클에게... 사줬어." 라고 해석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지금 번역가가 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 문장을 벌써 두 번 이상 읽은 겁니다. 만약 영자막을 이렇게 읽으려고 하면 이미 다음 씬으로 넘어갔겠죠. 그러니 무조건 앞에서부터 갑니다. "나는 / 사줬어 / 마이클에게 / 오피스 시즌 7 DVD를 / 지난 금요일에". 이렇게 읽어도 내용 이해하는덴 전혀 지장이 없죠?

사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제대로" 노출이 되었다면 이렇게 따로 훈련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면 처음엔 많이 어색하고 국어 파괴같고 그런데 의식적으로 읽다 보면 분명히, 그리고 의외로 생각보다 빨리 적응 됩니다. 놀랍게도 "직독직해"라는 개념이 학원가 / 영어 교재 시장에 등장한 것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고, 공교육 교사들도 불과 몇 년 전부터 직독직해를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2-30대 젊은 세대(!)라도 이게 안 되는 분들 의외로 상당히 많은 걸로 압니다.



(2) 어휘 암기


어휘: 어휘의 적정량이란 개인의 목표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수능용 어휘 정도면 미드 보는데도 거의 지장이 없고 심지어 얼마간 고급스러운 표현을 구사하는 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중3 교과서의 문장 패턴과 어휘만 자동으로 내뱉을 수 있어도 일상 생활에 아무 지장 없는 기본 회화가 가능합니다. 수능, 토익용 어휘를 외우는 건 여가활동 용으로는 약간 과한 감이 있죠.

어휘 공부법으로 제가 추천하는 것는 ekay English라는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단어 트레이너입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단어보다 문장 트레이너를 추천하는데, 제작자의 영어 학습론에 거의 동의하긴 하지만 문장 트레이너는 꾸준히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네요. 대신 저는 Perfect Word라는 앱으로 게임하듯 단어를 외워 보았는데 현존하는 단어 암기용 앱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용으로 나온 영어 단어 암기 앱은 거의 다 테스트 해본 사람입니다;;) 어떤 단어를 보거나 들었을 때 그 단어의 고유한 음성과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을 음성심상이라 하는데, 이 음성심상 단계를 자연스레 익히도록 도와주거든요. 이렇게 단어를 익히면 한 번에 다량을 암기하는 건 어려워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이 앱으로 실제 효과를 봤습니다. 




(3) 취미생활을 영어로

영작: 사실 영어 공부의 왕도는 누구든 말하는 그... <네이티브와 끊임없이 대화하기>가 가장 좋죠. 그런데 꾸준히 반복적으로 또 공부하는 자세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상대에게 돈이라도 주지 않는 이상 ㅋ 상대의 인내심이 상당히 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말하는 자신도 많이 뻔뻔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난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영어 사이트에서 대화를 해보라>는 것인데요. 예전 SNS가 없던 시절 저는 영어 채팅 사이트를 많이 들락거렸지만, 요즘엔 SNS가 아주 잘 되어 있으니 외국 애들 모이는 트위터, 텀블러, 페이스북이나 관심분야 포럼에서 놀면서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가며 얘기를 해보라는 거죠. 

다들 취미생활 하나씩은 있을테니 관련 커뮤니티에 슬쩍 끼어보세요. 처음엔 눈팅으로 시작해서 일단 네이티브들이 쏟아내는 표현을 읽으면서 새로운 표현이나 어휘도 하나씩 배우고, 그러다 용기 내서 나도 한 두 문장씩 써보다 보면 영작을 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회화 실력도 늘게 되는 겁니다. 저는 무엇보다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분야의 이야기를 영어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를 활용하는 방식을 적극 추천합니다. 어쨌든 재미가 있어야 안 질리고 계속 하고 싶잖아요.



듣기: 듣기가 안 되는 이유는 별 거 없습니다. 어휘를 모르면 무슨 말을 해도 웅웅소리로 들릴 뿐이고, 어순이 헷갈리면 "저 놈 말 참 빨리 하네"소리 하게 되는 거죠. 귀를 '트이게' 하려면 일단은 두 가지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에 계속 영어를 듣는 것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음악을 듣든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든지 하면서요. 해당 문화에 관심이 있으면 언어 배우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말은 진리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깊이 들어가는데, 사실 무슨 말인지 안 들리는 (그래서 잘 못 읽고 못 말하게 되는)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음소를 이해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것은 음소를 자꾸 들어서 아예 외워버리는 것으로 상당히 해결이 됩니다. 미국에서 난독증 치료용으로 음소 훈련을 시키는데 그 툴을 일반인도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eKay English 사이트에도 비슷한 툴이 있고 같은 개념으로 제작한 Perfect Sound라는 앱도 있으니 듣기 훈련 용으로 사용해보세요. 앱 설명은 발음 연습용이라고 하지만 결국 발음이 듣기가 되고 듣기가 말하기가 되고 뭐 그런 거죠.



말하기: 블로그를 하면서 "영어 회화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일단 사전의 도움 없이 머릿속으로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회화로 가는 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영어로 계속 뭔가를 써보세요. 잘 모를 때는 구글에 내가 쓴 문장을 그대로 검색해보면 답이 나오니 따로 첨삭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회화 연습 차원으로 학원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데, 어차피 비슷하게 영어 못하는 옆자리 사람과 더듬대며 말하는 것이 실력 향상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차라리 그럴 돈이 있다면 미국, 영국, 캐나다 중 한 나라 사람과 전화 영어를 하겠습니다. 물론 얼굴을 보며 실제로 말할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전화 영어는 상대 표정을 읽으며 눈치껏 뭘 못하기 때문에 더 고난이도의 훈련이라 할 수 있죠; 

이도 저도 싫으면 영작으로 익힌 문장의 패턴을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하도록 혼자서 1인 2역이라도 하면서 연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뭐 꼭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니 마음속으로라도;; 찬반 토론 같은 것을 해보세요. 또 많은 분들에게 검증된 말 잘하기 훈련법으로 마치 배우가 연기하듯 원서를 낭독 하는 것이 있긴 합니다만 그런게 있다는 정도로 소개하는 정도만 하겠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드라마 대사를 따라 말하는 것도 참 좋고요.

그리고 특히 한국인의 경우 발음과 주위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물론 발음이 너무 구려도 득될 건 없습니다만, 어차피 늙어서 배우는 외국어이니 완벽한 네이티브 발음을 내긴 사실상 힘들다는 걸 얼른 인정하고 기본적인 수일치나 시제를 틀리지 않고 문장을 구사하는 쪽에 더 집중해서 공부하세요 :)




이상으로 저의 사이비 영어공부론을 마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 경험 + 주위 사례를 기초로 제시한 방법론일 뿐이니 가부를 논하는 의견은 미리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본문 내용에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