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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오피스로 영어 공부하기

지금까지 미드로 영어 공부하기라는 주제의 글은 많았지만, 이 글은 미드 오피스 덕후의 입장에서 오직 오피스만 가지고 영어 공부[각주:1]가 될까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드를 열심히 보면 "어느 정도는" 영어 공부가 된다[각주:2].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드를 보면 "일상 회화 표현"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오피스는 꽤 추천할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영어 공부하기 좋다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미드를 봐야 효과적으로 영어를 공부할수 있을까? 

  • 오피스는 일상 회화 공부하기에 좋다.
    • 모든 드라마가 다 그렇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닌 것도 있다. 법정 드라마나 수사물, 의학물은 전문 용어가 많고, 액션물의 경우는 러닝 타임에 비해 대사량이 적은 편이다. 오피스는 일단 대사량이 많고 모큐멘터리 특성상 일상 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대부분이라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다.
    • 여기 나오는 표현만 외워도[각주:3] 영어 쓰는 나라에서 물건 사고, 길 물어보고, 간단한 감정 표현하는 정도로 일상 회화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 오피스는 비지니스 용어 및 표현을 공부하기에 좋다.
  • 오피스는 시트콤이다
    • 시트콤이라 장단점이 다 있긴 하지만 장점이라면 일단 재밌다는 사실. 재미도 없는 드라마로 어떻게 공부를 하겠단 말인가?
    • 러닝타임이 짧다. 영어 공부를 위해 여러번 반복해서 봐야하는 상황에서 20여분의 짧은 러닝타임은 굉장한 장점이다. 러닝타임이 짧지만 시트콤이기 때문에 대사량은 40여분짜리 일반 드라마와 비슷하다. 아래에서 설명할 3단계 복습 효과를 거쳐도 에피소드 하나 당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말. 

물론 시트콤이라 생기는 단점도 있다. 오피스는 유독 말장난을 많이 하는 편이라 대사 자체가 아닌 늬앙스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구문이나 표현만을 암기하기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영어가 제2외국어인 평범한 한국인에게 이런 오피스식 말장난을 써먹을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면에서 가장 분량이 많고 극의 흐름을 결정하는 마이클 스캇의 대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로 인터뷰 컷에서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단어 철자를 잘못 발음하거나 말장난을 하기 때문에 미국식 유머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이해하기엔 힘들 수 있고, 자칫 헷갈릴 수도 있다. 물론 정상인 모드에서 업무를 볼 때는 굉장히 좋은 표현이 많으며 검증된 연기력만큼 발음도 정확하다.

드와이트 슈루트라는 캐릭터는 "밀리터리 덕후"라 관련 전문 용어를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어휘를 제대로 모르거나 배경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마이클과 마찬가지로 정상인 모드에서는 좋은 표현을 좋은 발음으로 연기하며, 극 중 대사량이 제일 많은 인물 중 하나라 두 사람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대비하면 자막 없이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에 도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등장인물[각주:5]은 다음과 같다. 다음 등장인물만 조심(?)하면 역시 자막 없이 감상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짐 빼고 다들 대사량이 적은 편.

  • 토비: 원래 그런 캐릭터지만 너무 웅얼거림[각주:6]
  • 켈리: 발음이 또렷하지도 않을 뿐더러 속사포로 쏘아댐[각주:7]
  • 짐: 주연이라 대사량이 많은데도 썩 또렷한 발음은 아니다[각주:8]
  • 크리드: 연세탓인지 발음이 샘
  • 스탠리: "흑인 말투"를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발음 자체가 그닥 또렷하지 않음

반면 영어 공부에 특히 도움 되는 등장인물. 사실 위에 언급한 인물을 제외하면 다들 리스닝 훈련하기에 나쁘지 않은 편이다.

  • 케빈: 자체 0.5배속 대사
  • 앤디: 발음이 깨끗하다 (시즌 3부터 등장)
  • 엔젤라: 캐릭터 탓도 있지만 원래 또박또박 말하는 편
  • 캐런, 홀리: 잠깐 나오고 말았지만 발음이 굉장히 좋다 (시즌 3, 5)
  • 대럴: 대럴을 통해 "흑인 말투"를 살짝 맛볼 수 있다. 분량이 적어서 말 그대로 맛만 볼 수 있음[각주:9]

사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배우가 아니므로 이들만큼 발음이 정확하진 않다. 오히려 짐 정도로 살짝 웅얼대며 발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니 어쩌면 위에 적은 두 그룹을 반대로 표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미드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간단한 처방"을 내려보면 다음과 같다.
  • 난 영어가 거의 안들린다
    • 웁스! 유노왓! 오마이갓! 땡큐! 등등의 의성어나 감탄사가 들리는 정도로 영문 독해는 되는데 리스닝이 힘든 경우
      • 이런 사람들은 기초적인 문법 공부부터 필요하다. 문법을 굳이 배워야 하냐고들 하는데, 굳이 배워야 하는 거 맞다. 기초 문법 모르면 말도 못할 뿐더러 당연히 들리지도 않는다.
      • 토익 문법 정도를 마스터하면 금상첨화겠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기초 문법 정도만 공부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특히 "서양식 사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동태, 완료 시제등은 무조건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
  • 반은 들리고 반은 안 들린다
    • 짧은 문장은 들리는데 말이 길어지면 혼란스러운 경우
    • 컨디션에 따라 잘 들리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는 경우
    • 등장인물 표정이나 몸짓도 같이 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
    • 자막이 있으면 거의 알아듣는데 자막 빼면 전혀 모르겠는 경우
      • 아마 다수가 여기 속할 것이라 생각한다. 문법 공부를 어느정도 하고 간단한 회화도 할 줄 아는 그룹이 해당된다. 회화에서 자주 쓰이는 구문에 익숙해지면 이 단계까지 가능하다.
      • 일단 대사가 안들리는 이유는 단어를 몰라서이다. 오피스의 경우 일상 대화에서 쓰는 어휘는 토익 입문 단계 정도면 충분하다[각주:10]. 어휘력은 다른 언어를 배우는 가장 기본이 된다. 무조건 암기하자.
      • 대사가 길어지면 못 알아듣는 경우는 문장에서 관계사가 많이 쓰일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계사가 많이 쓰이면 문장이 길어진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계속 말을 하면서 화면이 바뀌는데, 이 때 영어로 듣고 바로 뜻이 파악되지 않으면, 즉 중간에 머리로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듣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문장이 흐르는 순서대로 이해하는 장문 직독직해 연습이 도움될 수 있겠다. 번역할 것이 아니라면 영어가 들리는 즉시 바로 "그 느낌만" 이해해도 된다.
      • 자막이 없으면 안들린다는 것은 등장인물 표정이나 몸짓을 같이 보면서 눈치껏 이해했기 때문이다. 즉, 영어가 제대로 들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 전화 영어가 특히 힘들다[각주:11]. 쉐도잉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고, 너무 뻔한 말이지만 원어민과 말하고 들을 기회를 가지는 것이 최선이다.
  • 다 들리는데 2% 부족함
    • 남들 다 웃을 때 나만 못 웃는다.
    • 분명히 저 장면에서 웃기려고 하는 건 분위기상 알겠는데 나는 안 웃긴다.
      • 이런 경우가 제일 골치아프고 슬프다. 오피스는 웃음소리를 깔지 않지만 다른 시트콤 중에는 웃음소리가 깔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상황에서 왜 웃는지 모르면 좌절하기 십상이다.
      • 즉 2% 부족한 그룹은 시트콤 방청객들이 웃을때 나도 웃는것을 목표로 그 나라의 문화를 비롯하여 에피소드와 관련된 배경지식을 배워야 한다.
      • 뭔가 웃기려는 상황인건 확실한데 나는 웃기지 않는다면 고유명사와 배경 지식을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확률이 가장 높다.
      • 사실 이 문제는 딱히 답도 없다. 고유명사는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처음엔" 모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시트콤 주인공이 "저는 이주일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저는 서울광장에서 하루종일 선탠하면서 놀았습니다" 하는데 외국인이 무슨 소리인지 통 못 알아듣는 식이다.
      • 굳이 답이라면 다양한 미드를 자꾸 봐서 뭐가 자주 언급되는지 파악하고 영자신문이나 뉴스를 봐서 최근 이슈를 아는 정도. 그러려면 부지런히 모르는 고유명사가 나올 때마다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 또 다른 팁으로 위키피디아 등 드라마 전문 뒷이야기를 다루는 사이트를 뒤져가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좋다. (이 블로그가 그런 식이다)
    • 수사물은 용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상관없지만, 의학물은 본격적인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감상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다. 속편하게 자막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미드로 영어 공부하려는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한다. 단, 드라마 한 편을 여러번 반복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다.
  1. 일단 드라마를 고른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모든 드라마가 영어 공부에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일상회화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상의 소소한 사건을 다루는 가족물이 제일 낫다. 또, 학습 효과를 위해 복습이 필요하므로 러닝타임은 짧을 수록 좋다. 그래서 40분짜리 드라마보다는 러닝타임이 짧은 20분짜리 시트콤을 추천한다. 하지만 시트콤 중에서도 슬랭이나 욕이 대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면 "미드로 영어 회화 연습" 하기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니 잘 선택해야 한다. 시트콤의 단점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말장난이 많다는 것인데 이런 점을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차가 있을 것이니 장단점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한다.
  2. 한글 자막을 놓고 본다: 영어가 거의 안 들리는, 그렇다고 독해가 빠르지도 않은 사람이 처음부터 자막 없이, 또는 영어 자막으로 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20분 40분 화면만 쳐다보고 앉아있으면 시간 낭비 아닌가? 일단 한글 자막으로 보면서 대략의 줄거리를 파악해야 한다.
  3. 영어 자막만 놓고 본다: 줄거리를 파악했으면 영어 자막만 놓고 보면서 "아 그때 한글로 이랬던 대사가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되는 군" 하는 식으로 다시 한 번 이해한다. 모르는 단어도 함께 찾아 그 자리에서 바로 외운다. 원래 단어는 이렇게 즉시 외우는게 제일 좋다. 나중에 외우겠다고 생각하고 미루면 다음에 다른 에피소드 볼 때 또 모를 뿐이다.
  4. 한영자막으로 본다: 2, 3단계가 익숙해지면 처음부터 한영자막으로 동시에 처리해도 된다.
  5. 자막 없이 본다: 2단계에서 파악한 줄거리와 3단계에서 암기한 어휘, 표현을 기억하면서 마지막으로 복습한다. 이 쯤 되면 왠만한 대사는 암기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다른 미드 볼 시간도 없는데 이렇게 몇 번씩 반복하기 싫다면, 가능한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를 보면서 비슷한 표현이 나올때마다 반복 암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장르가 다르더라도 왠만한 일상 회화 표현은 겹치는 것이 많다.

마지막으로 우스개 소리지만, 탁월한 영어 공부 방법으로 자막의 싱크를 찍거나 딕테이션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 직접 노가다로 자막을 작업한 에피소드의 경우 왠만한 대사는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자막을 만들 생각이 아니더라도 딕테이션하는 것은 추천하는 방법이다.


 

(2011/4/24) 오피스 "대본 모음집"을 eBook (epub)으로 변환하여 배포합니다. 대본으로 공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이 글에선 미국식 영어를 말함 [본문으로]
  2. "완벽히" 영어를 정복하는 경지에 오르는 건 평생 짊어질 숙제이므로 "어느 정도"라고 하겠다. [본문으로]
  3. 사실 우리나라 중3 영어 교과서만 완벽히 외워도 충분함 [본문으로]
  4. 보통 극 중에선 뒷배경으로 깔아주는 대사가 많음 [본문으로]
  5. 딕테이션 할 때 짜증나는 순서이다 [본문으로]
  6. 실제로 이런 면 때문에 캐스팅 되었다 [본문으로]
  7. 이 사람은 오히려 연기를 안 할때 발성이 훨씬 좋은듯 [본문으로]
  8. 짐이 웅얼거리는 건 종종 네이티브 미국인들도 못알아들을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명색이 배우라는 사람 발성이 참 별로라고 생각함. 연기는 좋다. [본문으로]
  9. "진짜 흑인 말투"를 듣기 원한다면 HBO나 Comedy Central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추천한다 [본문으로]
  10. 물론 상황에 맞는 전문 용어도 쓴다. 이 경우는 [2% 부족한 단계]에서 해결 [본문으로]
  11. 전화영어가 익숙해지면 이제 영어 회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해도 좋다 [본문으로]